유 벅 Yu Buck
유벅은 투명한 유리나 캔버스에 곤충들을 유혹하는 물질들을 특정한 형상으로 바른 뒤, 주간엔 냄새로 야간엔 빛으로 곤충을 유인하여 긴 시간 동안 각양각색의 날벌레들을 모은다. 오랜 시간 집충의 과정을 담아내는 과정예술이기도 하고, 자연을 대상으로 한 자연예술이기도 하다.
그의 곤충은 의인화된 존재들로 하루살이처럼 짧은 생이지만 부나비처럼 돈과 권력,명예 등 눈 앞의 욕구와 말초적 감각을 좆다 파국을 맞는 인간의 군상들을 드러내는 것이라 할 때, 그의 작업은 역설적이게도 냉혹하며 거친 자연 그 자체의 속살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을 정복하고, 관리하며,가꾸겠노라는 인간의 억설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에 대한 경종이기도 하다. 곤충들이 만들어낸 형상들 중에는 종교적 형상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고, 명상적 포즈를 취한 자신의 누드를 집충의 플랫폼으로 삼기도 하는데, 자연의 죽음이 모든 피조물들이 구원을 얻을 때까지 탄식하며 기다리는 그 때를 떠올리게도 한다. 그가 만들고자 하는 자연은 조화와 질서의 자연이라기보다는 충돌과 모순으로 가득찬 날 것으로, 황무한 본래의(rewilding) 자연인지도 모른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그의 작업은 관념과 합리적 대상으로서의 자연에 대한 ‘역설적 자연 만들기’이며 ‘본래적 자연 만들기’를 꿈꾸는 하나의 제안이며 모색이기도 하다.
김찬동(전 수원시립미술관장)발췌
window, 45x35cm, insect,screen, c-print, 2022
store, 120x90cm, c-print, 2022
Cross, 120x90cm, insect,screen,c-print, 2022
woman, 55x45cm, acrylic,caroboard on panel, 2021
face, 75x60cm, acrylic,cardboard on panel, 2021 욕망으로 분리된 공간
서길헌(미술비평, 조형예술학박사)
전시장 벽에 마트의 매장과 그곳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영상이 마치 실시간으로 들여다보이듯이 프로젝트로 투사되어 있다. 상품 진열대의 칸막이들로 분리된 매장의 통로는 그곳을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사람들의 구매 욕망을 동선처럼 보여준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화면은 전체적으로 미세한 격자망으로 차단되어 있어서 그곳을 바라보는 시선은 알게 모르게 이 분리막에 의해 가로막힌다. 언뜻 보면 금방 구분할 수 없을 듯한 망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화면을 무수한 픽셀의 단위로 조각조각 파편화시킨다. 결과적으로 화면에 나타나는 구매자들 하나하나의 움직임은 격자망에 의해 수많은 조각으로 세포처럼 분리된다. 이미 매장의 미로와 같은 통로에 의해 각자가 구매하고자 하는 상품을 찾아 움직이는 사람들의 행위들은 구매 욕구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누어지고 분리된 동작들이지만, 작가의 의도에 따라 화면의 격자망으로 재차 잘게 쪼개지는 매장의 풍경과 그곳에 갇힌 사람들의 행위들은 각각의 픽셀들 단위의 움직임으로 더욱 미세하게 분화되어 각각 따로따로 움직이는 분리된 단위 공간 속에 갇혀있는 것처럼 보인다.
깜깜한 밤의 어둠 속에 십자가 불빛이 멀리 하늘에 떠 있고, 그것을 바라보는 창의 이쪽에 설치된 방충망 위에 작은 곤충 한 마리가 붙어있다. 곤충은 태생적으로 불빛에 다가가려 했을 테지만, 이 본능적 욕망은 방충망으로 차단되어 망의 이쪽에 머물러 있다. 환하게 불이 밝혀진 알전구에 결코 다가가지 못하고 결국 유리창과 방충망의 이중의 막에 차단되어 어둠의 이쪽에서 박제된 듯이 붙어있는 큰 나방처럼 보이는 곤충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모두 불빛이라는 욕망의 대상에 닿지 못하고 방충망에 붙어 불빛으로부터 격리된 상황 속에 있다. 하나의 화면에 공존하는 불빛의 강렬함과, 그에 다가가지 못하고 분리된 채 머물러 있는 사소한 곤충의 대조는 이러한 이루어질 수 없는 욕망의 틈새가 만들어내는 단절의 완강함을 보여준다.
프로젝트 화면의 픽셀과 방충망의 격자로 분리된 공간은 애초에 빛마저도 조각조각 분해한다. 그 공간은 각자의 욕망을 근원적인 단위로 분리하고 가두는 욕망의 세포들이다. 어둠 속에 네온 빛으로 환히 빛나는 십자가로 표상되는 빛의 유혹은 또한 구원의 유혹이다. 빛을 향해 끝없이 다가가지만 보이지 않는 차단막에 가로막히듯 욕망은 결코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유벅 작가는 방충망에 의해 차단되는 곤충이라는 시각적으로 강렬한 은유를 통해 이러한 욕망에 갇힌 모순을 탐색하는 작업을 해왔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그러한 맥락의 작업과 더불어 마트의 매장 풍경을 통해 이러한 상황이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에게도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욕망의 유혹은 자극적인 감각의 덫으로 나타난다. 사람들은 끝없는 욕망의 통로를 따라 움직인다. 문명도 이러한 유혹의 빛을 따라 마트의 매장처럼 분화되고 번성해왔다. 모두가 욕망을 따라 움직이지만, 개개의 욕망은 때로는 타자에 의해, 때로는 자신의 무모함에 의해 무수하게 차단되고 분리된다. 이렇게 분리된 공간에서 각자의 욕망은 제자리를 맴돌 뿐이다. 마치 전시장에 설치된 화면에서 마트 안의 사람들이 끊임없이 제자리에서 맴도는 것처럼 보이듯이. 이러한 욕망의 접근 불가능성, 그것이 이 전시에서 작가 유벅이 보여주고자 하는 분리된 공간에 대한 은유일 것이다.
유 벅 Yu Buck 추계예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프랑스 파리 8대학 조형예술과 졸업
2000 올해 20인의 전시작가 선정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올해 한국미술 소개작가 선정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요 개인전
2022 갤러리 내일 초대전 (서울)
2020 공공 조형물 “연탄”설치 프로젝트(고한)
2019 중랑천 영상 프로젝트(의정부 능골교)
2010서산 문화센터(서산)2012일현 미술관(양양)
2007 성곡 미술관(서울)
2001 한원미술관(서울)
2000 토탈 미술관(서울)
1998 스페이스 이씨 레 무리노(프랑스)
1996 반 호에크 갤러리(파리)
1995 벵센느 숲 프로젝트(벵센느,프랑스)
1995 파스칼 갤러리(파리)
1994 런기스 고기공장 영상 프로젝트(프랑스) 주요 그룹전
2022 전남도립 미술관 기획전 “상실,애도의 끝에서”
금강 자연비엔날레 영상전
2021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 및 세계수영선수권대회 특별전(광주)
2021“메타꽃밭”세네갈과 이웃나라 협력전(창원성산아트홀)
2021 ART ON PAPER NY 아트 페어(뉴욕) ,
2019 청주 공예 비엔날레 기업 미디어 지원(청주)
2018 PAF 파리(바스티유,파리)
2017 아트 프로젝트 울산
2018 자하문 문화예술축제(서울),
2018 장흥 물축제 설치 프로젝트(장흥)
2017 빛과 파라다이스전 프로젝트 (양평 미술관)
2015 강정 대구 현대 미술제(대구)
2014 프랑스 포리 국제 야외 설치 초대전(생 저멘 엉 레. 프랑스)
2010 3.15 아트센터 개관전(마산)
2009 유럽 국제 미디어 아트전(브룩셀)
1996 유럽 청년작가 종이작업전 (파리 폴 리카르공간)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