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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원展 2021.11.26~12.9

최종 수정일: 11월 25일





빗장으로 가린 꽃들의 기지개

-이경원의 그림

서길헌(조형예술학박사)

꽃을 꽃이라고 부르는 순간 꽃은 기호에 갇힌다. 수천의 꽃들이 꽃이라는 일반명사에 속절없이 갇혀있다. 장미나 백합 등, 꽃의 종에 따른 고유의 이름으로 지칭할 때에도 여전히 꽃은 지시어의 빗장 뒤에 숨어있다. 꽃들이 속삭인다. 우리를 이름에서 꺼내주세요. 우리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세요. 당신들이 붙인 꽃이라는 편리한 기호를 잠시 잊고 우리의 ‘본모습’을 봐주세요. 제발 그렇게 쉽게 우리를 뒤덮고 있는 껍질만을 그리지 마세요. 그래도 굳이 우리를 그리겠다면, 눈을 감고도 떠오르는 우리의 상투적인 모양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손쉽게 그리지 말고, 똑바로 다가와 우리를 가리는 표준화된 코드의 빗장을 벗겨내세요. 우리가 온몸으로 켜는 기지개를 보세요. 우리를 감싼 겉모습을 뚫고 들어와 우리의 ‘본색’에 눈길을 주세요. 단순히 아름답다거나 그런 뻔한 것이 아닌 순간순간 우리가 발산하는 생생한 느낌을 잡아보세요. 그게 아니라면 차라리 우리의 표피에만 와닿는 선입견의 시선들을 줄무늬 빗장으로 가려주세요.

비단 꽃만이 아니다. 모든 사물이 보는 법을 잃은 시선 앞에서 제 몸을 드러내지 못하고 상투적인 이미지로 전락한다. 그러기에 이경원의 꽃 그림을 별생각 없이 보는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그녀의 그림이 그들이 대개 보아오던 ‘예쁜’ 꽃과는 ‘다른’ 것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면에는 그녀가 오랫동안 간직해온 사물을 향한 ‘순수한’ 시선이 숨어있다. 그것은 그녀가 쉽사리 손에 익은 재주로 간단하게 꽃의 허울을 그려내고 만족할 수 없도록 막아서는 그 무엇이다. 그녀가 꽃에서 본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어릴 때부터 살아오면서 문득문득 보아왔지만 잊은 듯했던 그 꽃들을 마주하며 꽃의 얼굴을 거울처럼 투명하게 본 순간은 사랑하는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나서인지도 모른다고 그녀는 말한다. 슬픔. 상실감. 애도의 마음. 어찌할 수 없는 이 모든 심정을 반사경처럼 고스란히 자신에게 되돌려주는 꽃의 표정을 그녀는 문득 본 것 같았다. 그 이후로 그녀는 이전처럼 쉽사리 꽃을 그릴 수 없었다. 그녀는 꽃을 세상에서 처음 본 듯이 낯설고 어눌하게, 그동안 익히고 구사했던 능숙한 기법을 모두 잊어버리고 최초로 붓을 잡은 듯이, 그 꽃의 얼굴을 서투르게 되짚어나갔다. 그 길은 멀고 출구를 찾기 어려운 미로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마음을 비우고 꽃을 그리는 행위에서 새삼 이전에 느끼지 못한 기쁨을 느꼈다. 그것은 이제는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 어머니께 바치는 진정한 헌화의 감정이었다.

작가 이경원은 언젠가부터 눈앞에 놓인 꽃의 외형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에 의미를 느낄 수 없었다. 자신이 그리던 꽃의 실체에 낯선 의문을 느끼고 그것을 그리는 행위에 의혹을 품기 시작했을 때, 그녀는 사람들이 꽃의 본체를 놔두고 이름으로 소비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이를테면, 여러 행사에 끊임없이 배달되는 꽃들은 꽃 자체보다 거기에 부여한 이차적인 의미코드로서 피상적으로 소비되고 있었다. 그녀는 쉬이 포착할 수 없는 꽃의 실체를 가리고 있는 여러 꽃의 허울을 지워버리고 싶은 마음으로 그림 위에 일정한 간격의 줄무늬를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타고난 재능에 더해 교육으로 터득한 평면에 입체를 구현하는 몇 가지 기교를 사용해 사실적으로 그렸던 ‘아름다운’ 꽃 그림은 사진 한 장으로만 남기고 누군가에게 선물로 줘버렸다. 이후로 그녀는 다시는 꽃의 ‘표면’을 그리지 않았다. 그 대신 그것을 가리는 줄무늬를 그려나가는 방식으로 그녀는 외형 과잉의 세계에서 복잡하게 마음의 혼돈을 초래하는 대상들을 덮어버림으로써 그것들을 일시적으로 지우고 ‘정리’하는 행위의 희열을 느꼈다. 그녀는 다른 사물들 위에도 줄을 그어나가듯 한동안 캔버스 화면을 스트라이프로 채우기 시작했다. 그러나 덮어둠으로써 마음의 갈피를 가지런히 정리하고 떠나려 했던 꽃이나 사물들은 지워지지 않고 갇혀있다가 문득 되살아났다. 오히려 줄무늬 빗장 속에 감춰져 있던 사물들은 이전의 모습보다 더 또렷하게 눈앞에 불려 나왔다. 줄무늬 아래 숨죽이고 잊혀있던 그것은, 잠재적 이미지로 보존되어 있다가 그렇게 불쑥 고개를 들었다. 이로써, 그녀에게 가리는 행위는 오히려 보이는 것을 잠시 괄호에 가두고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나게 하는 작업이었다.

보이지 않는 세계로 떠나신 어머니는 이제 보이는 세계를 초월하셨으므로, 어머니를 떠올리면 화가 이경원에게 더는 보이는 세상의 속임수인 미술적 트릭을 써서 그림을 그리는 일은 의미가 없었다. 그녀가 타계하신 어머니와의 이별을 계기로 어머니에 대한 감사와 그리움을 자연스럽게 꽃에 담아 헌화하는 마음으로 새로이 ‘꽃’을 그리기 시작하였을 때, 거기서 그녀는 보이는 것을 그린다는 행위에 대해 문득 강한 의구심을 느꼈다. 보이는 것의 외형을 모방하기는 그다지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몇 가지 기법으로 사물의 윤곽을 재현해놓으면 사람들은 누구나 쉬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어머니가 계신 ‘보이지 않는’ 세계를 떠올리면 그녀는 그런 맹목적인 ‘속임수’를 통해 ‘보이게 만드는’ 재현행위에 온전히 몰두할 수 없었다. 보이지 않는 어머니를 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이 그녀를 맹목적 시선의 함정에서 벗어나도록 한 것일까.

애도의 심정은 사물을 가리고 있는 너울을 벗겨낸다. 그렇게 투명한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는 동안, 그녀는 한때 스트라이프 무늬로 완전히 감춰버렸던 ‘어떤’ 실체의 장막을 다시금 들추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 여전히 모르는 채, 자작나무숲에 숨은 미지의 짐승이 잠깐씩 몸을 드러내듯이 그녀는 스트라이프의 줄무늬 사이에 지우고 있던 사물들의 낌새를 조금씩 노출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화가로서의 그녀에게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경계에 대한 피할 수 없는 물음이었다.

분광기로 빛을 나누면 다채로운 색들의 띠들이 나타난다. ‘스펙트럼’이라고 하는 이 띠들의 어원은 ‘유령’이다. 유령은 실체가 없으면서도 눈에 보이는 어떤 존재이다. 만지거나 존재를 확인하려 하면 접촉 불가능하게 허공에 떠다니며 보는 사람의 상상을 한껏 부추긴다. 그것은 영혼이나 정신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색색의 스펙트럼처럼 표현되는 그녀의 스트라이프 줄무늬는 실체가 없으면서도 시각적 이미지로 존재하는 사물의 허상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꽃을 빗장에 가두거나 가둔 꽃을 다시 꺼내는 작업은 표현 불가능성을 넘어 사물의 실체에 닿으려는 꾸준한 시도이다. 얼마 전부터 그녀의 화면에서는 깔끔한 스트라이프 무늬로 완벽하게 정리된 공간에서 꽃이나 어떤 구체적 사물의 흔적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피상적인 이미지에 갇혀있지 않고 보이지 않는 실체의 이면을 밖으로 드러내려는 끈질긴 기지개와 같다.

한국에서 그림을 공부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기본적으로 사물을 포착하는 몇 가지 트릭을 습득하기 위한 오랜 수련의 시간을 보낸다. 결과적으로 오랫동안 한국에서 미술교육의 입문기였던 이 과정은 한동안 미술이 표현해낼 수 있는 많은 영역을 축소해 왔다. 현대 철학이 더듬거리며 언어의 이면에 있는 표현 불가능성의 영역을 탐색할 때 화가로서의 이경원은 직관적으로 이 문제와 맞닥뜨렸다. 누구나 쉽게 본대로 모방하는 손쉬운 방식을 받아들일 수 없는 표현 불가능의 경계선에서 그녀는 두려움 없이 이를 지웠다가 또 다른 방식으로 불러내어 마주한 것이다. 그것은 외부세계를 향한 작가의 간절한 ‘시선’이 싹트는 출발선이다. 이는 아마도 그녀가 천년에 한 번 꽃을 피우고 그것으로 씨를 맺어 지상에 뿌리고 죽음으로써 다시 소생한다는 대나무꽃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까닭이기도 할 것이다.





Risian2. 72.7x53cm, Oil on canvas2021



Pure love 116.7x91.0 Oil on canvas2021



April 53x41.0cm Oil on canvas2021



April 53x41.0cm Oil on canvas2021



Passion, coolness 162x130.3 Oil on canvas 2021


환희 91x91cm Oil on canvas2021


' Passion and coolness '


나의 작업은 유기적 추상의 연속성에서 출발하였다.

세계적 옵아트의 거장 "크루즈디에즈" 의 옵티칼아트라던가 프랭크스탤라의 도식적인 작품에서도 강한 개념성을 지닌 느낌을 전달받았고 어떤 상징성으로의 표현 에 영향 받았음을 알게 되었다. 여러 색띠 작업을 해오며 스트라이프의 연속적 구성안에 어떤 형상을 절제미로 넣어 조형화 시켜간다...,

최근 유화작업의 백합은 작년 사랑하는 어머님을 보내드리고 아직도 순간순간 생각나 울컥하는 마음을 다스리며 그꽃을 좋아하게되어 마음을 담았다.

이경원작가 약력.

성신여자대학교 서양화과졸업

국제문화대학원석사 (표현 문화학)

개인전 14회

2021.14회개인전. 내일신문(내일갤러리)

2020.13회 개인전( 79페이지갤러리)

2020.2인전(비갤러리 초대)

2018.12회개인전(헤이리 아트밸리내 피랑갤러리)

2018.Seoul Art Expo (Seoul Coex)

2018.오산 시립미술관 기획초대 .-'같음과 다름'의 공존전)

2018.11회 개인전(더네이쳐갤러리)

2017.10회 개인전(담갤러리 초대)

2016.9회 개인전(인사아트프라자)

2016. 부산아트페어 (벡스코센텀시티)

2015. 도어즈아트페어(임피리얼팰리스 호탤)

2014.8회 개인전.블랑블루 아트페어(앰배서더 호탤)

2014. 양평군립미술관개관기념 (국내 콜라보레이션 작가 100 명 기획 초대전)

2015.8회 개인전 (Ahn's gallery)

2014.7회 개인전 (서경갤러리)및

난우회전 및 그외 그룹전,기획전 단체전 150여회.

2015. 한국 모던아트작가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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