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디'로 가고 있다-부제 '농담 (Nongdam): Joke and Shading'-채현교초대전Chae Hyungyo Solo Exhibition2025. 11. 28. Fri ~ 2025. 12. 10. Wed
- 갤러리 내일 (Gallery Naeil)

- 11월 26일
- 3분 분량

채현교 (CHAE HYUN GYO)
1994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2024 갤러리내일 초대
2022 하남문화재단 기획
2022 이대목동병원 초대
2022 남해 갤러리오엔 초대
2022 유니온아트센터 갤러리오엔 초대
2021 갤러리 두 초대
2020 한국경제신문 한경갤러리 초대
2020 이안아트스페이스 초대
2013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갤러리 H 초대외 다수
작품소장
대전 고등검찰청사
가천대학교 길병원
예일대학교, 한경닷컴
평창 인터콘티넨탈 알펜시아 호텔
생명의 에너지 가득한 바닷속 풍경의 향연
바다는 생명의 근원입니다. 과학자들은 약 38억 년 전 바다에서 최초의 원시 생명체가 발생했다고 추정합니다. 인간의 먼 조상이 물고기라는 학설도 이제는 낯설지 않습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척추동물은 약 5억 년 전 원시 어류에서 유래했으며, 약 3억7500만 년 전 육상으로 올라온 바닷속 사지동물이 진화를 거듭해 인간이 됐다고 합니다. 바다는 또한 생명의 보고(寶庫)입니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플랑크톤부터 거대한 고래나 상어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생명들을 바다는 품고 있습니다. 미생물, 해조류, 어류, 해양 포유류, 갑각류 등이 먹이사슬로 연결된 바다에는 상상을 넘어서는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이 숨겨져 있습니다.
채현교 작가는 이처럼 신비롭고 아름다운 바닷속 풍경을 영롱한 수채화 물감으로 화폭에 옮겨왔습니다. 그의 작품에서는 푸른 바닷물을 배경으로 분홍, 연두, 파랑, 초록, 노랑, 보라, 주황 등 형형색색의 산호초와 해조류들이 세상에 없는 판타지를 연출합니다. 그 사이로 유영하는 물고기들의 색깔도 분홍색, 주황색, 파란색, 초록색 등등 컬러풀합니다. 대학 졸업반이던 1993년부터 지금까지 30년 넘게 오직 바닷속 풍경만 그려온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아무런 제목을 달지 않았습니다. 자유로운 상상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이지요. 그는 “지상의 모습과 달리 바닷속은 미지의 세계여서 자유로운 상상이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그가 오랫동안 ’나는 어디로 가고 있다’를 전시 제목으로 삼아온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는 “우리 모두는 콕 집어서 말할 수 없을 뿐 언제나 어느 목표점으로 가고 있다”고 말합니다. 특정한 하나를 선택하는 대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크리에이티브의 원천인 상상을 가능케 하는 것이지요.
그는 농담(濃淡)의 장인(匠人)입니다. 색의 농담만으로 생명의 에너지가 가득한 바닷속 풍경을 표현하는 솜씨가 완숙한 경지에 이르렀음을 보여줍니다. 그가 수채화를 고집하는 것은 색을 섬세하게 구현할 수 있어서입니다. 수채화는 질감, 색, 채도가 유화와 달라서 ‘상상 속의 바다’를 그리는 데 더 적합하다는 것입니다. 바닷속이라는 거대한 세계를 미시적 화법으로 표현하는 작가에게 농담은 붓과 캔버스가 서로를 희롱하는 수단입니다.
채 작가가 이번 초대전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에는 생명의 환희와 에너지가 가득합니다. 최근 건강상의 이유로 생사
(生死)의 경계를 넘나들었던 작가는 목표와 성취에 쫒기던 삶을 내려놓은 덕분에 삶을 관조하는 여유와 희망이 더 생겼다고 했습니다. 작품에도 그런 흔적이 배어 있습니다. 반짝이는 보석들을 등에 가득 짊어진 채 자유롭게 헤엄치는 거북이들을 통해서는 장수와 건강을 기원합니다. 바닷속 풍경을 담은 원형이나 타원형의 화면은 그 자체로 지구를 닮았습니다.
중견작가의 반열에 이르러서도 절차탁마를 쉬지 않는 채현교 작가의 창작열에 경의를 표하면서 17번째 개인전을 축하드립니다.
-서화동 전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작가노트 - 농담
수성 재료로 물속의 풍경을 그리며 “나는 '어디'로 가고 있다” 는 주제로 30여 년간 작업해온 작가 채현교 (90 서양)가 어느날 갑자기 건강상의 이유로 이틀간 생과 사의 경계를 오가는 경험을 겪으며, '어디'라는 목표와 성취에 쫓기던 삶을 잠시 내려놓고 ‘그냥 삶’을 살아보는 시간을 통해 몸과 마음의 회복을 하며 그 시기에 읽은 '농담'에 관한 책들 중 밀란 쿤데라의 소설 '농담' 은 작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작품 속에서 주인공이 여자에게 멋있게 보이려고 쓴 엽서 속 문구 “낙관주의는 인류의 아편이다! 건전한 정신은 어리석음의 악취를 풍긴다. 트로츠키 만세!”이 글이 본의 아니게 인간의 인생을 뒤흔드는 장면은, 언어가 지닌 무게와 오해의 충격적이고도 엉뚱한 결과를 보고 언어적 농담(弄談)과 회화적 농담(濃淡) 사이의 흥미로운 닮음을 찾아냈다. 두 ‘농담’ 모두 깊이나 무게, 원근, 감정, 내용 등의 결과물들이 작가의 의도와 같게 또는 다르게 담아낸다는 점에서 서로 닮아 있던 것이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수성재료와 크리스탈을 사용한 농담과 빛을 이용해 채도와 명도를 중심으로 시각적으로는 재미있으면서도 편안함을 주면서, 그 안에 숨겨진 농담코드와 진지한 의미를 찾아보게 하는 작업들을 선보인다.
화려한 색채와 반짝이는 보석만으로도 그의 ‘농담’은 결코 가볍지 않다. 언어와 색채, 삶과 예술 사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유의 흔적이 물속의 풍경에서 잔잔히 또는 요동치며 번져가는 작품을 격동하고있는 광화문의 신문로에서 발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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