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채현교 초대전 CHAE HYUN GYO Solo Exhibition 2024.5.03 FRI ~ 2024. 5.15 WED

최종 수정일: 4월 26일




비밀의 화원에 피어나는 생명의 숨결

최성은 (한국외대 폴란드어과 교수, 번역가)

채현교 화백의 전시회가 다가오면, 비밀의 화원의 문 앞에 선 메리 레녹스처럼 가슴이 뛴다. 한없이 작고 부드럽고 가냘픈 물고기들과 산호초들이 한데 모여 또 어떤 경이로운 색채를 펼쳐 보일까, 특유의 맑고 투명한 감성으로 이번에는 또 어떤 찬란한 빛의 향연을 우리에게 선사할까.

그렇게 설렘을 가득 안은 채 비밀의 문을 열고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자연의 평화로운 공존과 순환적인 운행을 충만하게 드러내는 생명의 지평, 에코토피아(Ecotopia)가 눈앞에 펼쳐졌다.

헤라클레이토스 강의 물고기

채화백의 물고기를 볼 때마다 배경음악처럼 떠오르는 시구가 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폴란드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Wisława Szymborska)의 시다.

헤라클레이토스의 강에서는

물고기가 물고기를 사랑한다,

물고기가 말한다 - 너의 눈동자는 이른바 천상의 물고기처럼 황홀하게 빛나는구나.

나는 너와 함께 공동의 해협을 유유히 헤엄치고 싶어.

무리 중에 가장 아름다운 물고기야. (...)

헤라클레이토스의 강에서는

적어도 나는 나무 물고기, 혹은 바위 물고기와는 구별되는

개별적인 물고기, 독립적인 물고기.

매 순간 나는 은빛 비늘을 가진 아주 작은 물고기들에 대해 기록한다.

어쩌면 그것은 물고기가 아니라

어색한 윙크에 깃든 찰나의 어둠일지도.

- 쉼보르스카 <헤라클레이토스의 강에서>(1962) -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누구든 똑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는 없다”는 명제를 통해 존재의 유동적인 흐름과 변화를 긍정하는 상대적이고 유연한 관점을 촉구했고, “연관 없는 것들이 만나 서로 조화를 이룬다”며 만물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했다. 쉼보르스카에게 ‘헤라클이토스의 강’은 존재와 존재가 만나 서로 소통하고 의존하는 곳, 상호교감과 합일을 통해 비로소 실재성(實在性)을 획득하는 무한한 대자연의 세계를 뜻한다. 채현교 화백의 물고기들 또한 생명의 원천인 물속에서 함께 어우러져 흘러가고 생동하고 반짝이며, 아름답고 신비로운 색채와 형상을 빚어낸다. 놀라운 건, 그림을 감상하는 우리 또한 ‘헤라클레이토스의 강’에 발을 담근 듯한 착각을 품게 된다는 점이다. 마치 헤라클레이토스의 강물로 세례를 받아 우리 자신이 물고기가 된 것처럼 어느 순간 화폭 속으로 빠져들어 자연에 동화되는 놀라운 체험을 누리게 된다.

생태계의 조화로운 공존과 강인한 생명력

채현교 화백은 모든 생명체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본원적 생태계를 시각적으로 재현한다. 그가 추구하는 세상에는 주·조연의 구분이나 중심부·주변부의 서열이 따로 없다. 각각의 물고기와 해초는 화폭의 한 귀퉁이에서 저마다 묵묵히, 하지만 더할 나위 없이 평온하고 조화롭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그러면서 화폭에 등장하는 모든 생명체가 나름의 소중한 가치와 의미를 지닌 채, 한데 어우러져 마치 ‘융단’처럼 견고한 문양을 직조한다. 여기서 융단의 짜임새와 구조를 결정짓는 요인은 한두 마리의 물고기가 아니라 모든 대상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전체적인 조화에 달려있다. 채화백의 작품들은 각각의 존재가 주어진 본성에 순응하며, 생명의 원천인 자연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평화롭게 공존할 때,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이 탄생하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나아가 이 세상이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로서 살아 움직이고 있고, 서로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더불어 협력하고, 상호 의존하고 있다는 깨달음을 안겨준다.

개인적으로 채현교 화백의 예술세계를 뜨겁게 사랑하고 지지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그 안에 생존을 향한 맑고 순수한 에너지, 자연의 싱그러운 생명력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의 물고기 연작(連作)은 우리로 하여금 이름조차 없는 연약한 물고기 한 마리가 존재 그 자체로서 뿜어내는 미세한 생명의 숨결에 귀 기울이게 만든다. 그러면서 이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아무리 작고 보잘것없는 것일지라도 그 자체로 이미 존엄하고 경이로운 존재임을 일깨워 준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그림 속 물고기들은 우리네 삶에서 단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생의 반짝이는 단면들을 포착한 것이 아닐까. 화폭 너머로 박동하는 미약한 듯 강인한 생명의 신호를 감지하면서 새삼 존재의 의미를 되새기고 삶의 숙연함을 깨닫게 된다.

‘무리’가 주는 따뜻한 위로

채화백의 물고기떼는 언뜻 보면 꽃무리 같기도, 혹은 별무리 같기도 하다. 물고기 한 마리 한 마리 한 마리가 모두 소중하지만, 그들이 무리를 이루었을 때, 마치 밤하늘의 별자리처럼 하나의 덩어리로 다가오는 또 다른 이미지가 있다. 군무(群舞)를 연상시키는 물고기들의 여유롭고 우아한 리듬을 가만히 따라가다 보면, 그들이 함께 연대하여 그려내는 둥근 궤적 속에서 어떤 형상이나 패턴이 자유롭게 떠오르는데, 흥미로운 건, 같은 그림일지라도 감상자에 따라, 또 보는 이의 감정이나 기분에 따라 시시각각 다르게 보인다는 점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함께’라서 느껴지는 안도감, ‘무리’가 주는 위안은 남다른 가치로 다가온다. 단절과 고립의 시간, 어둠을 환히 밝혀주는 건, 홀로 빛나는 별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의 별이 이어져 생성된 별자리이다. 작고 소박한 들꽃들도 더불어 꽃밭의 물결을 이루면, 햇빛 속에서 농담(濃淡)을 뽐내며 오묘하고 찬란한 빛깔을 머금는다.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이니, 우리 모두가 실은 별무리나 꽃무리처럼 서로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고,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고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음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채현교 화백이 정성껏 가꾸어 놓은 󰡔The Secret Garden󰡕에 들어서면, 만물이 연대하는 생명공동체가 펼쳐진다. 그리고 다정한 위로와 치유의 감동이 우리를 기다린다.





비밀의 화원, 캔버스에 수채, 지름 40 inch, 2023



드디어 알려진 보물, 캔버스에 수채, 지름 30inch, 2023




아무도 찾지 않은 보물,캔버스에 수채,지름 16 inch, 2023



그 문이 열리면, 캔버스 수채, 지름 40inch



풍요로운 황무지의 오후, 종이에 수채, 32×41cm, 2024



정원의 1월, 종이에 수채, 32×41cm, 2024


봄이 오나보다, 캔버스 수채 , 높이 10inch oval canvas, 2024



아이들의 소풍, 캔버스 수채 , 높이 10inch oval canvas , 2024



채현교 (CHAE HYUN GYO)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1996 관훈갤러리

2002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 아시안 라이브

2002 관훈갤러리

2008 갤러리 무이

2011 사이아트 갤러리

2012 GALLERY EXPO

2012 온리 갤러리

2013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갤러리 H

2020 이안아트스페이스

2020 한국경제신문 한경갤러리

2021 갤러리 두

2022 유니온아트센터 갤러리오엔

2022 남해 갤러리오엔

2022 이대목동병원

2022 하남문화재단 기획 하남스타필드 작은미술관 \


단체전

2022

SHA SHA DECEMBER (선화예술중고등학교동문전)

SNU 장학기금마련전 (서울대학교 총동창회 장학빌딩)

포스코건설 더샵갤러리 초대 자연전

스위스-한국 디자인 초대전

한울회 정기전(인사아트센터)

SNU ART FAIR (서울대학교 총동창회 장학빌딩)

2021

서울 미술 나눔 장학기금 마련전

샤샤전 선화예술중고등학교 동문전 (신촌아트레온)

빌라다르2021(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한울회 정기전

2020

RT ON THE LINE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미술대학 온라인 동문전

2018

SNU빌라다르페스티벌(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아름다운 동행-"숲이 길이 되다." 총동창회 장학기금마련전(서울대학교총동창회 장학빌딩)

샤샤전 (금보성아트갤러리) 그외 다수


작품소장

가천대학교 길병원, 대전 고등검찰청사, (주)엘앤씨바이오, Yale University

평창 인터콘티넨탈 알펜시아 호텔


조회수 346회댓글 0개
  • Instagram
bottom of page